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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개발자가 되려는 이유

개발 공부를 시작한지 한 달이 되었다. 그리고 내년에 열릴 부트캠프에 들어가려고 상담을 신청해뒀다. 동기를 확실히 해야 긴 시간 공부를 하면서 목표를 잃지 않을 것 같아서 개발자가 되려는 이유를 스스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문과 졸업생으로 흔히들 하는 취업 루트 중에 공기업을 가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상경계열이 아니라서 경영 관련 교육을 받으려고 HRD-NET을 들어갔다가 개발자 국비지원 과정을 발견했다. 인사, 노무 등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어보이는 강의들을 형식적으로 담아두다가, 개발자 과정을 보고 확 흥미가 생겼다. 전액 무료에 한달에 3~40만원씩 지원해주고 취업까지 연계된다고 하니 관심이 갔다. 찾아보니 비전공자들도 많이 수강한다고 해서 용기가 났다. 선발 과정을 거쳐 수강할 수 있다고 해서 그날 당장 한 군데 신청해봤다.

전화를 기다리며 유튜브로 비전공자 개발 입문에 대해 많이 검색해봤다. 생각보다 비전공자로 개발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희망이 생겼다. 네카라쿠배 가고 싶은 거 아니면 나도 지금 시작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개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도 개발자라는 직업 자체를 잘 모르고 있었다. 코딩에 막연한 관심이 있어서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자바와 파이썬을 접했을 때도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하는 중인지 몰라서 뜬구름 같았다. 그런데 웹 개발이라는 구체적인 분야로 들어오니 내 삶에 밀접한 웹페이지를 만든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늘 사용자의 입장에 있었던 비전공자로서 프론트엔드가 재미있어보였다.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이유

개발에 확 꽂힌 계기는 공기업 취준을 위해 토익스피킹 공부를 하고 있던 찰나에, 공부하기 싫어서 다른 데 관심을 돌리려던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재고 또 쟀다. 내가 정말 원하는 길이 맞는지 고민했다.

 

1) 어차피 새로운 공부를 해야 한다면 재미있고 보람 있는 것으로

문과 취업을 하려고 하니 전공이 상경계열이 아니라서 다시 경영학을 공부해야 했다. 취직을 위해 어차피 뭔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면, 비전공자로서 개발을 배우는 것이 크게 부담인 것도 아니다. 그리고 NCS나 공기업 필기 전공(경영학) 공부는 너무 재미가 없어보였다. 차라리 하나도 모르는 웹 개발이 더 재미있어보인다. 실제로 지금 발만 담가봤는데 개발 공부가 더 재밌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바로바로 나오는 프론트엔드가 성취감도 있고 좋다.

게다가 공기업 취준 공부는 사실상 입사해서 일하는 데 필요한 실무적 지식을 쌓는다기보다, 오로지 "시험용" 공부다. 쓸데 없는 공부를 하려고 하니 허무해서 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반면, 개발 공부는 오로지 실무, 실력을 위한 공부이다. 취업할 때도 내 실력과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2) 몇 년이 될지, 몇 십 년이 될지 모르는 첫 직업

앞으로 취업해서 일을 시작하면 몇 년을, 몇 십년을 하게 될지 모르는데 조금이라도 적성에 맞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공기업 들어가서 사무직으로 살면 안정적이겠지만 하는 일은 그게 그거고 지루할 것 같다. 물론 먹고 살려면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그런 점을 감안하고 공기업 준비를 시작했던 거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을 때 상황이다. 내가 좀 더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그쪽으로 도전해보는 것이 후회가 없을 것 같다.

 

3) 길게 보면,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공기업 입사하려는 것 자체가 안정적으로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 제주도 한달 살기도 못 하고, 유럽여행도 못 가고, 더 이상 방학 같은 휴식시간은 가질 수 없다. 코로나 때문에 교환학생을 가지 못하고 졸업한 게 큰 한이라서 유럽여행은 꼭 제대로 가보고 싶은데, 퇴사하지 않는 한 웬만한 직장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개발자가 되면 경력과 실력을 쌓는 만큼 내 가치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이직할 수도 있고 프리랜서를 할 수도 있다. 그럼 이직하는 사이에 여행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혹시나 연차가 쌓인 뒤에 프리랜서로 일하게 된다면 고양이들을 돌보며 일하기 좋을 것 같다. 미래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을 때 육아와 병행할 수도 있고.